2000년에 개봉한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는 멜 깁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로,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남성 주인공이 우연히 여성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여성 심리에 대한 호기심과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풍자를 결합한 설정은 당대에도 신선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의할 만한 지점을 남겼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스토리와 캐릭터,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특징, 그리고 미국 영화 시장 속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구도]
영화의 주인공 닉 마셜(멜 깁슨)은 광고업계의 잘 나가는 남성으로,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태도에는 여성에 대한 배려 부족과 자기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인해 닉은 여성들의 마음속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 능력을 이용해 직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하지만, 점차 그는 자신이 몰랐던 여성들의 불안과 고민, 사회적 부담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직장 동료이자 새로운 상사로 등장하는 다르시(헬렌 헌트)는 닉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닉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닉은 처음에는 그녀와 경쟁하려 하지만, 결국 다르시의 진정성과 진심에 매료되며 변화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연애 감정의 발전을 넘어, 성별 간 이해와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조연 캐릭터들도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닉의 딸은 아버지의 무심한 태도에 상처받은 인물로 등장하며, 닉이 새로운 능력을 통해 딸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 가족 관계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직장 내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은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던 다층적인 역할과 그 속에서의 고충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웃음과 사랑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성별 문제와 직장 내 권력관계를 동시에 다루며 풍부한 층위를 형성합니다.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매력]
왓 위민 원트는 장르적으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따르지만, 남성이 여성의 내면을 직접 듣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차별성을 확보했습니다. 이 능력은 관객에게 유머와 감정적 울림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닉이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성들의 생각을 무더기로 듣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남성 관객에게는 여성의 일상적 불안을 엿보게 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또한 닉과 다르시 사이의 로맨스는 경쟁에서 연대로 발전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견제하지만, 점차 진심을 공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닉의 성격 변화가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는 단순한 남녀 간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관계가 성립된다는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코미디적 요소는 주로 닉이 여성들의 생각을 잘못 해석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 발생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장면을 가벼운 웃음에만 그치지 않고, 점차 닉이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습니다. 결국 유머와 로맨스가 교차하며, 관객은 즐거움과 성찰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왓 위민 원트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오락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균형 있게 결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사회 속의 의미]
왓 위민 원트가 개봉된 2000년은 미국 사회가 성별에 대한 논의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던 시기였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가 공론화되던 시점에 이 영화는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닉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마초적 남성상’을 구현하지만, 동시에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또한 광고업계라는 배경은 소비문화와 젠더 이미지를 함께 탐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여성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했던 닉이 여성들의 진짜 욕망과 불안을 깨닫는 과정은 단순히 캐릭터 변화가 아니라, 당시 사회가 직면한 문화적 전환을 상징합니다.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미국 관객들이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사회적 맥락을 공감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단순한 연애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2019년에는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리메이크작 왓 맨 원트(What Men Want) 가 제작되었는데, 이는 원작의 설정이 여전히 현대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결국 왓 위민 원트는 미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사 속에서 단순히 흥행작이 아닌, 성별 담론을 유머와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대표적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왓 위민 원트는 2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영화는 그 답을 단순한 로맨스로 환원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과정과 자기 성찰의 중요성으로 확장합니다. 멜 깁슨과 헬렌 헌트의 연기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지닌 즐거움 속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균형 있게 전달합니다. 미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관객은 웃음과 사랑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게 되며, 이 점이 왓 위민 원트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영화로 남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