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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나티네] -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by slowly-oh 2025. 9. 11.

1993년에 나온 ‘소나티네(Sonatine)’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연출하고 직접 주연까지 맡은 작품으로, 일본 느와르 영화의 전환점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폭력과 고요, 그리고 허무가 절묘하게 교차하며, 폭력조직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전혀 다른 결로 풀어낸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와 연출 방식, 그리고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적 특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소나티네 포스터.

[소나티네 줄거리]

영화는 도쿄의 야쿠자 조직 간 갈등 속에서, 중간 보스 격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가 오키나와로 파견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오랜 세월 조직에서 살아왔지만, 점점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뒤 무라카와와 부하들은 예기치 못한 총격과 배신을 겪게 되고, 결국 무라카와는 동료들과 함께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몸을 숨깁니다.

바닷가에서의 생활은 영화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바꿔놓습니다. 총과 폭력이 사라진 채, 아이처럼 장난을 치고 불꽃놀이를 하며 보내는 시간은 오히려 인물들의 공허함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도쿄에서의 생활과는 다른 한 없이 평온하고 따듯하기까지한 분위기의 오키나와에서의 모습이 대비되며, 화면 전체가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는 무라카와가 자신이 속한 세계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비극적인 선택을 하며 끝을 맺습니다.

줄거리는 단순한 느와르식의 구조를 따르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허무와 평온이 뒤섞인 아이러니로 가득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삶의 마무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연출과 영화적 특징]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폭력과 정적인 화면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소나티네’는 그러한 스타일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 ‘간결함’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대사를 거의 배제하고, 인물들의 행동과 침묵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총격 장면은 매우 짧고 날카롭게 지나가지만, 여운은 길게 남습니다. 반대로 아무 사건도 없는 장면에서는 화면을 길게 끌어가며, 인물들의 허무와 정서를 관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웃고 떠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보통 야쿠자 영화라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이어가겠지만, 기타노는 그 흐름을 끊고 인물들의 공백 같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이야말로 감독의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쿠자의 거친 삶을 다루면서도, 그들이 결국 인간으로서 갖는 허무와 일시적이며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죠.

[소나티네가 남긴 의미와 개인적 감상]

‘소나티네’는 기존 일본 느와르 영화의 틀을 새롭게 바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야쿠자 영화가 권력, 배신, 복수의 서사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 작품은 그 모든 틀을 벗어나 ‘허무’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해외 영화제에서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고, 기타노 다케시의 대표작이자 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 잡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나티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마치 잔잔한 바다 위에 흘러가는 파도와 같았습니다. 표면은 고요하지만, 그 밑에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긴장이 흐르고 있었죠. 이 모순적인 감각이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소나티네’는 일본 야쿠자의 삶을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한 느와르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미니멀한 연출, 침묵과 폭발의 리듬, 그리고 허무와 평온을 동시에 담아낸 정서는 이 영화를 일본 느와르의 걸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은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은 여러 번 다시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이며,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